
어떤 영화는 과거를 재현하지만, 또 어떤 영화는 과거 그 자체가 됩니다. 2010년에 개봉한 영화 『바람』은 바로 후자에 속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청춘 영화나 학원물이 아닙니다. 1990년대 후반을 살아낸 한 소년의 시선으로 당대의 공기와 감성을 있는 그대로 복원합니다. 작중 모든 장면은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닌, 치열했던 삶의 기록처럼 다가옵니다. 감독 이성한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냅니다. 그래서인지 인물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가 꾸며낸 픽션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실재했던 풍경처럼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지금부터 영화 『바람』 속 인물들과 줄거리,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시대정신과 여운을 함께 되짚어보려 합니다.1. 『바람』 등장인물 – 불완전했기에 더 빛났던 청춘들영화 ..